당나라 시대의 동아시아 국제질서와 주변국 관계(7세기 ~ 9세기)
1. 당 제국의 성립과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재편
- 수나라 멸망 이후 당의 건국:
- 당 왕조는 617년 이연이 옛 수나라의 국공 이고를 몰아내고 장안에서 제위에 오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 그러나 이연이 정변으로 살해된 뒤 당의 안정과 발전을 이끈 것은 태종 이세민이었죠.
- 그는 부여, 고구려 등을 굴복시키고 동돌궐, 토번을 물리치며 북방 경계를 확고히 했습니다.
- 동아시아 각국에 대한 책봉체제 확립:
- 당은 주변국을 복속시킨 후 책봉-조공 관계를 통해 상하 관계를 확립했습니다.
- 주변국 왕에게 관작을 하사하고 조공을 받는 한편, 사신 파견과 물자 교류로 영향력을 행사했죠.
- 한반도의 신라와 발해, 남해의 참파, 섬서의 토번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당의 책봉체제에 편입되었습니다.
- 동아시아 국제질서 재편의 의미:
- 당의 부상으로 수·당 대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은 당을 정점으로 한 책봉-조공 질서로 통합되었습니다.
- 이는 한(漢)나라 시기 성립된 중화 질서가 수·당을 거치며 3차례에 걸쳐 재편된 결과이기도 했죠.
- 당은 국제 관계의 종주국으로서 주변국들에 자신의 문물을 전파하고 국제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2. 한국과 당의 외교 관계
- 신라의 대당 외교와 균형 노선:
- 신라는 660년 나당연합군으로 백제를 멸망시키고 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 당은 신라에 대해 '신라왕'이라는 관작을 하사하며 신라를 자신의 속국으로 인식했죠.
- 그러나 신라는 당의 영향력 아래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자주 노선을 견지하려 했습니다.
- 676년 당군을 물리치고 한반도 통일을 이룬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였죠.
- 발해의 건국과 대당 외교:
- 698년 고구려 유민 출신의 대조영이 건국한 발해는 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노력했습니다.
- 그러나 당의 압력과 견제로 인해 738년부터 조공-책봉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죠.
- 이후에도 발해는 당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때로는 돌궐, 일본 등과 제휴해 자주성을 모색하곤 했습니다.
- 발해는 고구려 계승 의식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정체성과 지역 패권을 추구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3. 왜(일본)와 당의 교류
- 견당사 파견과 유학생 교류:
- 7세기 중엽 이후 일본은 당과 빈번한 교류를 펼쳤습니다.
- 600년에서 838년 사이에 일본에서 당으로 파견된 사절단만 해도 무려 13회에 이릅니다. 이를 견당사라고 부르죠.
- 견당사는 유학생, 유학승과 함께 당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주요 통로였습니다.
- 현장법사로 유명한 엔닌이 당에 건너가 불경을 구해온 것(9세기 초)은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 당풍의 유행과 국풍문화 형성:
- 견당사를 통해 전래된 당의 문물은 '당풍'이라 불리며 일본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 중앙 관제의 개편(다이호 율령), 동국대사략 편찬 등이 당을 모델로 이루어졌죠.
- 하지만 한편으로 당풍에 대한 반작용으로 국풍 문화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 고사기, 일본서기의 편찬과 만엽가나의 성립 등은 국풍 문화의 발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4. 당과 주변국 관계의 변화
- 안사의 난과 변경 세력 성장:
- 755년 당 현종의 총애를 받던 안녹산이 일으킨 안사의 난은 당에 커다란 타격을 입혔습니다.
- 8년간 계속된 내란은 재정 위기와 더불어 중앙 권력의 약화를 가져왔죠.
- 반면 내란 진압 과정에서 활약한 절도사와 번진은 독자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적 자립성을 키워갔습니다.
- 특히 변방 지역의 성장은 당의 중앙 집권력 약화로 이어지는 주요한 변수가 되었죠.
- 주변국의 독자성 강화와 당의 쇠퇴:
- 9세기 들어 당은 점차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 위구르, 토번, 남사 등 주변 유목 세력들의 반란이 끊이지 않았고, 신라, 발해 등의 자주성도 강화되었죠.
- 동아시아 각국은 더 이상 당을 종주국으로 우러러보지 않게 되었고, 당을 대체할 새로운 국제질서를 모색해 나갔습니다.
- 5대 10국 시대와 주변국의 발전:
- 907년 당이 멸망하고 5대 10국 시대가 전개되면서 중국은 장기간의 분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 한편 한반도에서는 후삼국 시대를 거쳐 고려가 건국되었고, 거란족이 연나라를 세우며 성장했습니다.
- 베트남, 일본, 티베트 등 주변국들도 독자적인 발전 노선을 걷기 시작했죠.
- 주변국들의 성장은 향후 송, 요, 금, 원 등 새로운 왕조들과 함께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하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당 왕조 시대는 수·당을 거치며 완성된 동아시아 책봉-조공 체제의 절정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은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중화 질서의 종주국 지위를 확립하고, 주변국들과의 위계적 외교 관계를 수립했습니다. 이는 명·청 시기까지 이어지는 전통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근간이 되었죠.
그러나 안사의 난 이후 당의 쇠퇴가 뚜렷해지면서 기존 질서에도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국들의 자주성이 강화되고 독자적 발전이 모색되는 가운데, 동아시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는 5대 10국을 거쳐 북송, 요, 금, 남송 등으로 이어지는 群雄割據의 시대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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